디지털 유산

애플(Apple)의 디지털 유산 접근 허용 기능: 사망자 계정 복구 절차

unsere-haus 2025. 7. 12. 08:11

애플 계정이 잠기면, 사진과 추억도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애플 계정(Apple ID)이 얼마나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는 평소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아이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사진, 영상, 메모, 연락처, 문서들은 모두 Apple ID를 기반으로 암호화되어 저장된다. 만약 계정 소유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 그 순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저장된 콘텐츠는 물론, 클라우드 상의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다. 이 경우 남겨진 가족이 그 정보를 보거나 백업하려 해도, 암호나 Face ID 없이 접근이 불가능하며,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유족에게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보안 정책은 개인정보 보호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이지만, 유족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사진과 메시지, 가족 기록 등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는 문제다. 실제로 자녀의 성장 사진이나 부모님의 영상 편지 등, 가족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자료가 사망자 계정 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설정 없이 사망하면 이 모든 정보가 잠겨버리고 복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애플은 사용자가 생전에 직접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지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기능을 통해 가족에게 사망 이후 계정 접근 권한을 합법적으로 넘겨줄 수 있다.

애플의 디지털 유산 접근 허용 기능 : 사망자 계정 복구 절차 사용법

 

애플의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2021년부터 애플은 공식적으로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Digital Legacy Program)’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에 자신의 애플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전에는 법원의 명령이나 사망 증명서를 제출해도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애플은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했다.

사용자는 iOS 기기에서 다음 경로로 설정할 수 있다:

설정 → Apple ID → 암호 및 보안 → 디지털 유산 연락처 → 연락처 추가

여기에서 애플 ID에 등록된 가족이나 지인 중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할 수 있으며, 최대 5명까지 등록 가능하다. 지정이 완료되면, 연락처 대상자는 ‘디지털 유산 키(Access Key)’를 받게 되고, 이 키는 계정 소유자가 사망한 이후 유산 접근 요청 시 필수로 사용된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이름만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인증 가능한 키를 발급받는 절차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사망하면, 지정된 연락처가 사망 증명서와 유산 키를 함께 제출해 애플에 접근을 요청하게 되며, 승인이 완료되면 최대 3년간 계정 데이터를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유족의 입장에서 계정 복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사망자가 생전에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등록해 두었다면, 유족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통해 애플 계정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다.
계정 복구 절차는 아래의 단계를 따른다:

  1. 디지털 유산 키(Access Key) 확보
    – 생전에 지정된 연락처로 전달된 코드 (QR 또는 12자리 숫자키 등)
  2. 사망 진단서 제출
    – 공공기관 발행 사망 증명서 또는 법적 문서
  3. 애플 유산 계정 포털 접속
    digital-legacy.apple.com에서 제출
  4. 심사 및 승인 대기 (보통 수일 내외)
    – 애플의 내부 검토 후 승인되면 접근 권한 부여
  5. 애플 ID 로그인 및 데이터 접근
    – iCloud, 사진, 메모, 메일, 연락처, 캘린더, 문서 등 열람 가능

단, 유산 연락처가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으며, iCloud Keychain(암호 저장소) 나 유료 결제 정보, 라이선스 관련 항목, i Message 등은 열람할 수 없다. 또한 계정은 최대 3년까지만 유지되며, 그 이후에는 영구 삭제될 수 있다. 유족이 이 데이터를 장기 보존하고 싶다면, 승인을 받은 후 별도의 백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반대로, 사망자가 유산 연락처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법원의 명령서와 사망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애플이 제공하는 정보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 접근은 생전 설정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사전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 사용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

한국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데다, 사망 이후 계정 처리를 ‘나중에 가족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애플은 미국 본사 정책을 기준으로 전 세계 사용자에게 동일한 보안 정책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 후 유족이 아무리 요청해도 계정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법원 명령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디지털 자산 상속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전에 애플 ID의 디지털 유산 설정을 해두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봐야 한다. 만약 가족 구성원이 애플 기기를 사용 중이라면, 지금 당장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서로 지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생전 애플 ID를 정리해 두는 습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사진이나 문서를 삭제하고,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줄이며, 유료 결제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해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단지 사망을 대비하는 정리 행위가 아니라, 삶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설계하는 디지털 정돈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부모님이 애플 기기를 쓰고 있다면 자녀가 간단히 도와줄 수 있고, 자녀가 사용하는 기기라면 부모가 최소한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플의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한 제도인 만큼,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효력도 없다. 결국 가장 확실한 보안은 생전 설정이고, 가장 확실한 가족 배려는 계정 정보 공유에서 시작된다.

 

애플 계정의 사후 처리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디지털 공간에서의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망 이후에야 가족들이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가 남긴 말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정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이런 기록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만다. 애플의 디지털 유산 기능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라면, 단지 몇 번의 클릭으로 가족이나 배우자를 디지털 유산 연락처로 등록해 두는 것만으로도 사후의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이 설정은 돈이 들지 않고, 계정에 보관된 개인정보와 자산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디지털 유산은 더 이상 기술적인 기능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윤리적 책임이자 가족에 대한 배려가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기 전에,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가 남긴 혼란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그 시작은 지금, 나의 Apple ID 설정 페이지에서부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