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SNS 계정, 사망 후 누가 소유할 수 있는가?
SNS 속 어린 삶, 사망 후 그 계정은 누구의 것인가?
미성년자가 SNS를 이용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콘텐츠를 올리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온라인 정체성을 쌓아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법적 책임이 제한된 미성년자의 경우, SNS 계정의 법적 소유권과 사후 처리는 더욱 복잡한 쟁점이 된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미성년자가 사망했을 경우, 그 계정에 남아 있는 수많은 사진, 영상, 친구들과의 대화, 팔로워 커뮤니티 등은 고스란히 남게 되며, 가족들은 그 계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일부는 고인의 흔적을 보존하고자 하고, 또 일부는 공개되어 있는 개인정보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삭제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SNS 플랫폼은 미성년자 계정도 일반 사용자와 동일한 약관을 적용하며, 사망 후 유족에게도 접근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법 역시 미성년자의 디지털 계정 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실무적으로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SNS 플랫폼의 기본 정책: ‘개인은 계정을 소유하지만, 계약은 종료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SNS 플랫폼은 사용자가 생성한 계정은 해당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소유’보다는 서비스 사용권의 개념에 가깝다. 플랫폼과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며, 사용자가 사망하면 이 계약은 종료된다.
따라서 사망한 미성년자의 계정은 본인이 계약 당사자로 존재하지 않게 되는 순간, 플랫폼 약관상 계정은 비활성화 또는 삭제 처리의 대상이 된다. 이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미성년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미성년자는 독자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만 14세 미만은 개인정보 수집 및 온라인 서비스 이용 시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13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으며, 유튜브 역시 만 13세 미만 사용자는 부모 계정 아래에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많은 미성년자들이 연령 제한을 우회해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망 시 계정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① 해당 계정이 실명과 가족 정보로 인증되어 있는지의 여부
② 플랫폼이 법정 대리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의 여부
플랫폼은 계정 주인이 미성년자였더라도, 부모나 보호자가 그 계정에 로그인하거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망자 계정 삭제 요청”만 가능할 뿐, 콘텐츠 열람이나 다운로드는 금지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정책에 따른 것이며, 유족이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 법률은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에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다
한국의 민법은 미성년자의 권리·의무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법정 대리인 제도를 운용한다. 즉,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할 경우(계약, 소송, 상속 등) 부모나 보호자가 대신하거나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서는 미성년자 계정의 법적 지위나 사후 처리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현행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이 “사망자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지만, SNS 계정이 상속 대상이 되는지, 계정에 남은 콘텐츠나 메시지가 유족에게 귀속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은 사망자의 정보도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며, 미성년자일 경우 보호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즉, 보호자는 자녀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삭제 요청은 할 수 있어도, 플랫폼의 자체 정책에 따라 접근 자체가 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법률적 한계는 실제 사례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운영하던 SNS 계정에 있는 학교생활 사진이나 친구와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도, 플랫폼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 이를 열람하게 해주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의 법정 대리인이지만, 사망 이후 그 권한이 상속으로 자동 연장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결국 현재로서는 미성년자의 SNS 계정은 플랫폼 약관과 운영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이며, 한국 법률은 이 사각지대에 대한 해석도,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호자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지: 계정 삭제 요청
현실적으로 부모나 보호자가 미성년자의 SNS 계정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계정 삭제 요청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은 모두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절차를 따른다:
- 사망자의 계정명(ID)과 프로필 URL 제출
- 사망 증명서(사망진단서 또는 사망 사실이 기재된 가족관계증명서)
- 보호자 신분증 및 관계 증빙 자료
- 계정 삭제 요청서 또는 추모 계정 전환 신청서
단, 계정 내 콘텐츠는 보호자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열람, 백업, 이관이 허용되지 않는다.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사용자의 생전 의사가 없는 한, 타인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미성년자의 계정이라고 해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생전 플랫폼 내에서 '계정 관리자'를 지정한 경우(예: 페이스북의 Legacy Contact), 해당 지정자가 일정 수준의 접근 권한을 얻을 수 있지만, 이는 대부분 성인을 기준으로 제공되는 기능이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보호자는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삭제하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유족에게 추억조차 지킬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도 제도적으로 보호할 때다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성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동안, 미성년자의 디지털 흔적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SNS를 시작해 다양한 콘텐츠를 남기고 관계를 쌓은 사용자일수록, 그 계정은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사망 이후 유족이 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고, 플랫폼의 일방적인 정책에 따라 삭제되는 것은 법적, 감정적으로도 정당한 절차라 보기 어렵다.
이제는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을 연령과 관계없이 인정하고,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가 사망 이후에 계정과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미성년자의 계정 접근 권한을 유언장이나 사전 설정을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향후 디지털 자산 상속법이 정비될 때, 미성년자의 계정도 보호자의 상속 관리하에 둘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 역시, 연령 구분에 따라 사망자의 계정을 보존 또는 이관하는 특례 조항을 마련해야 하며, 유족의 감정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
디지털 시대에 미성년자의 삶도 ‘기록’으로 남는다. 그 기록은 단순한 계정 정보가 아닌 가족의 일부이며, 법과 제도는 이제 그것을 존중할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