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디지털 유산 상속 거부는 가능한가? – 고인의 계정이 위험한 경우

unsere-haus 2025. 7. 25. 03:56

디지털 유산도 거부할 수 있는 상속 대상인가?

상속은 원칙적으로 모든 재산과 채무를 포괄하여 이전되는 절차다. 이때 우리는 보통 부동산, 금융 자산, 채무 등을 중심으로 상속을 떠올리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고인의 이메일, SNS 계정, 클라우드 콘텐츠, 암호화폐, 유튜브 채널, 도메인 등 디지털 자산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디지털 유산이 반드시 이로운 자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간혹 고인의 계정이 범죄에 연루된 정황, 정치적 논란, 음란물 업로드, 허위 정보 유포 등 부정적 콘텐츠로 가득한 경우, 그 계정을 상속받는 것이 부담되기도 한다.

현행 민법상, 상속인은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수용 또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의 경우 그 가치와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정을 상속받고 나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예를 들어, 고인의 유튜브 채널이 저작권 침해 신고로 인해 정지되었고, 관련 법적 분쟁이 상속인에게 이어질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한 디지털 계정’에 대해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하거나 선택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실제로 존재할까? 또 어떤 절차를 통해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의 위험성과 그 거부 가능성에 대한 법적·실무적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유산 상속 거부는 가능한가

 

디지털 유산은 일반 상속 대상과 법적 위치가 다르다

먼저 핵심 쟁점은 디지털 유산이 실제 상속재산의 범주에 명확히 포함되는가이다. 민법상 상속재산은 금전적 가치가 있는 동산, 부동산, 채권·채무 등을 포함하며, 비재산적 권리 중 일부도 일정 조건으로 승계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계정은 대부분 ‘계정 소유권’이 아닌, 플랫폼에서 일시적으로 ‘사용권’을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명확히 상속 가능한 자산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사망 시 서비스 약관상 ‘종료’ 처리되며, 사용권은 상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고인이 소유한 암호화폐 지갑이나 유료 도메인은 실질적인 소유권이 인정되므로 상속 대상이 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디지털 유산 전체를 포괄적으로 상속하거나 거부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행법에서는 상속인이 상속을 전체 수용하거나 전체 포기하는 방식의 ‘단순 승인’ 또는 ‘상속 포기’, 또는 **채무는 제외하고 유산만 받는 ‘한정 승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만을 부분적으로 선택하여 상속 거부하거나 제외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디지털 계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해당 계정이 상속재산인지 여부와 상속인의 법적 권한 여부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위험한 디지털 계정이 남긴 현실적 피해 사례들

디지털 유산 상속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손해를 입는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인의 계정이 정치적 성향이 강하거나, 저작권 침해를 반복했던 경우, 또는 음란물 및 혐오 콘텐츠를 올렸던 기록이 있다면, 해당 계정의 공개 여부만으로도 가족의 명예와 심리적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사례로, A 씨는 아버지가 남긴 블로그 계정을 상속받았다가, 과거 블로그에 작성된 게시글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소송 대상이 되었다. 상속인은 게시글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블로그 운영권을 이전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일부분 전가되었다.
또한 B 씨는 고인의 유튜브 채널을 정리하려 했지만, 채널 내 음란성 콘텐츠가 문제로 지적되어 계정 정지와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소중한 기록’이 아니라, 때로는 법적 분쟁, 사회적 논란, 심리적 상처를 불러일으키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 특히 SNS 계정은 타인의 댓글, 메시지, 공유 콘텐츠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의 ‘의무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지고 있다. 더 이상 상속이 단순히 혜택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확인과 선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디지털 유산 상속을 거부하고 싶은 경우의 대응 절차

현행 법체계에서 디지털 유산만을 골라서 상속 거부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간접적인 거부가 가능하다.

1) 상속 전체 포기 또는 한정 승인

고인의 디지털 유산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전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 승인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모든 자산을 포기하거나, 부채 책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계정도 간접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2) 플랫폼 측에 계정 폐쇄 요청

디지털 계정이 특정 플랫폼에 속해 있는 경우, 사망자 증명 서류와 관계 증명을 통해 계정 삭제 또는 폐쇄 요청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절차는 대부분 비공개 요청이며, 콘텐츠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막는 데 유효하다.

3) 법률 전문가 상담을 통한 소송 대응 준비

디지털 유산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경우,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상속인의 책임 한계, 계정 삭제 청구, 명예훼손 방어 논리 등을 구축할 수 있다.

즉, 제한적이고 복잡하긴 하지만, 고인의 문제성 계정에 대한 상속 거부 또는 정리 대응은 가능하다. 다만, 모든 절차에는 시간과 비용, 법적 대응 능력이 필요하므로 가능하다면 고인이 생전에 정리하거나, 사망 직후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앞으로의 방향 – ‘선택적 디지털 상속권’이 필요하다

디지털 유산 상속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단순한 수용과 포기를 넘어 ‘선택적 디지털 상속권’이 제도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는 고인의 SNS는 상속 거부하고, 클라우드 자료는 상속받는 등의 부분 선택적 상속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생전 본인이 어떤 계정을 누구에게 넘기고, 어떤 콘텐츠는 삭제하길 원하는지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유언장 시스템의 법제화도 시급하다. 현재 일부 서비스에서는 사망 후 특정 파일이나 계정을 자동 삭제하거나 이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활용률은 매우 낮고, 법적 효력도 제한적이다. 플랫폼 측에서도 이용자 사망에 대비한 디지털 상속자 설정, 계정 삭제 예약 기능, 비상 연락망 기능 등을 기본 탑재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 원치 않는 유산을 억지로 떠맡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자, 고인 역시 원치 않는 방식으로 계정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인격권 보호 장치가 되는 셈이다.

디지털 유산의 시대, 상속은 축복일 수도, 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건, 생전 정리와 명확한 권리 설정이다. 이제는 ‘남길 것’보다 ‘남기지 않을 것’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