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도 법적으로 정리해야 할 진짜 ‘상속 자산’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된 지금, 개인의 자산은 물리적 형태를 넘어 온라인 공간 속에 다수 존재한다. 이메일, 블로그, SNS, 유튜브 채널, 클라우드 저장소, 암호화폐 지갑, 온라인 쇼핑 포인트, 결제 서비스 잔액까지 — 이 모든 것들이 오늘날 개인의 디지털 자산이다. 이 자산들은 죽음 이후에도 계정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법적인 절차나 유언 없이 남겨질 경우,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를 접근 차단하거나 자동 삭제 처리한다.
현행 한국 민법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직접 규정하지 않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의무는 상속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디지털 자산은 이론상 상속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유언장에 포함해야 실제로 유족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알아서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비밀번호 하나, 인증서 하나 없이 계정을 복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구글, 애플, 카카오, 네이버 등 보안이 강한 플랫폼에서는 계정 자체는 물론 데이터 열람조차 법원 명령 없이는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을 유언장에 어떻게 정확히 명시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체크리스트와 실천 가이드다.
디지털 유언장을 준비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할 3대 항목
유언장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제대로 상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내 SNS는 A에게 주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적 효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산의 구체적인 항목, 계정 정보, 접근 방법, 의사 표현 방식 등을 명확히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① 디지털 자산 목록화
유언장에 포함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이메일 계정 (네이버, 구글 등)
- SNS 계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 수익형 플랫폼 (유튜브, 블로그, 애드센스, 스마트 스토어 등)
- 디지털 지갑 (암호화폐, NFT, 메타마스크 등)
-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등)
- 온라인 뱅킹 / 간편결제 잔액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이 목록은 가급적 플랫폼 명, 계정 ID, 주요 연동 서비스, 잔액 또는 콘텐츠 유무 등을 함께 적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유족은 어떤 자산이 존재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② 자산의 귀속·처리 방식 명시
단순한 나열만으로는 법적 해석이 불명확할 수 있다. 유언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문장을 삽입해야 한다:
- “유튜브 채널 [OO 채널명]의 소유권 및 수익권은 배우자[OOO]에게 이전한다.”
- “본인의 구글 계정에 보관된 모든 문서, 이메일, 사진 등은 자녀 [OOO]가 열람 및 백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 “카카오페이 잔액은 사망일 기준으로 환급 요청 후 상속재산에 포함한다.”
이처럼 자산별로 귀속 대상자, 접근 허용 여부, 삭제 또는 이전의 의사를 분명히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③ 디지털 유산 관리자(Legacy Contact) 지정
미국과 일부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생전 지정한 계정 관리인만이 사망 후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이 구성되어 있다.
- 페이스북 → 계정 관리자
- 애플 → 디지털 유산 연락처
- 구글 → 비활성 계정 관리자
이러한 기능은 유언장 외에도 생전에 직접 설정해야 하지만, 유언장에 **"계정 관리자 기능이 있을 경우 반드시 [OOO]를 지정한다"**는 문장을 남기면 이후 법적 효력의 보완 수단이 된다.
즉, 유언장과 플랫폼 설정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변호사가 제안하는 디지털 유산 유언장 작성 체크리스트
디지털 자산을 유언장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유언장 작성 절차를 따르면서도, 기술적·보안 측면을 고려한 항목 추가가 필요하다. 다음은 실제 디지털 유산 유언장을 준비할 때 검토해야 할 항목을 변호사의 시각에서 체크리스트로 정리한 예시다:
항목 | 체크 여부 | 세부 내용 |
디지털 자산 분류 완료 | ✅ | 이메일, SNS, 수익형 플랫폼, 암호화폐 등 |
각 자산별 계정 정보 기재 | ✅ | 플랫폼 명, 계정 ID, 비밀번호는 별도 문서에 저장 |
계정 처리 의사 명시 | ✅ | 삭제 / 이전 / 보존 여부 구체적 명시 |
계정별 수익 여부 확인 | ✅ | 애드센스, 유튜브, 스마트 스토어 등 수익 포함 |
자산 수익 귀속 대상자 명시 | ✅ | 상속자 명시 또는 공평 분배 지시 |
디지털 유산 관리자 지정 여부 | ✅ | 가능한 플랫폼은 생전 직접 지정하고 유언장에 반영 |
보조문서 보관 장소 기록 | ✅ | 비밀번호 목록, 2차 인증키 등은 별도 관리 위치 명시 |
공증 또는 자필증서 형식 유지 | ✅ | 자필증서유언, 공정증서유언 등 법적 요건 충족 필요 |
이 체크리스트는 단순한 권리주장 수단이 아니라, 유족의 정보 접근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망 이후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실질적 지침이 된다.
디지털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높이는 실무적 팁
한국 민법은 유언장을 ‘자필증서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등 5가지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권장되는 방식은 공정증서유언이다. 공증인을 통해 유언 내용을 문서화하고, 작성자의 서명과 증인을 통해 법적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후 분쟁 발생 시 효력 입증이 용이하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자산이 유언장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실제 존재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예: 스크린숏, 계정 내용, 송금 기록 등)**을 부속 문서로 첨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밀번호나 복구용 코드, 2단계 인증 관련 정보는 유언장에 직접 기재하지 말고, 별도의 보안 문서로 작성한 후 보관 장소만 유언장에 명시해야 한다.
또 하나의 팁은, 유언장 외에 가족 또는 신탁 관리자에게 정기적인 정보 업데이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계정이 폐쇄되거나 플랫폼 정책이 바뀌면 유언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정보 정비가 핵심이다.
결국 유언장은 단순한 법률 문서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생애 마지막 사용 설명서다. 그 문서가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유족의 슬픔은 혼란이 아니라 이해와 정리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유산 유언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디지털 유언장은 ‘준비된 사람만의 사치’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죽음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하는 디지털 시대의 기본 책무다. 한 사람의 삶이 온라인 공간에 저장되는 세상에서, 그 기록과 계정을 어떻게 정리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그 흔적은 무의미하게 사라지거나 타인의 손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많은 가족이 고인의 계정을 열지 못해 중요한 문서나 사진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유언장은 그러한 분쟁을 예방하고, 고인의 뜻을 존중받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생전 30분의 정리와 문서화가 사후 수개월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법률행위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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