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디지털 유산 정리는 사망 전에 해야만 하는가?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한 지금, 사람들은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온라인 공간에 남기고 있다. 이메일, 사진, 금융정보, SNS, 콘텐츠 플랫폼, 암호화폐까지. 그 양은 수년간 축적되며, 그 안에는 수익 정보만 아니라 개인정보, 사적인 대화, 가족과의 기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사망 이후 이 디지털 흔적들이 어떻게 될지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 실체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 재산보다 더 치명적인 상속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플랫폼 대부분은 사망자의 계정 접근을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유족이 사망자의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유튜브 수익 계정 등에 접근하려고 해도, 계정 ID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심지어 법원 명령이 있어도 콘텐츠 열람조차 불가한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에서 디지털 유산은 사망 전 스스로 정리해야만 유족이 문제없이 접근·정리·상속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 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을 생전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7가지 핵심 체크리스트 항목을 소개한다. 이 항목만 따라도 당신의 디지털 인생은 남은 가족에게 ‘짐’이 아니라 ‘의미’로 남을 수 있다.
체크리스트 ①~③: 계정 목록화, 접근 정보 정리, 보안 설정 점검
① 보유 중인 모든 디지털 계정 목록화
첫 단계는 디지털 자산을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계정을 얼마나 운영 중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다. 이메일, SNS, 쇼핑몰, 블로그, 구독형 서비스, 클라우드, 은행 앱, 암호화폐 거래소 등 모든 플랫폼 계정을 **플랫폼 이름, 계정 ID, 등록 이메일, 주요 기능(예: 자동결제, 수익 발생 여부)**과 함께 excel, notion, 또는 종이 문서로 정리하자.
이 목록은 유족이 사망자의 자산 존재를 확인하고, 각 플랫폼에 접근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가 된다. 정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범주는 다음과 같다:
- 이메일 (네이버, 지메일, 다음 등)
-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 금융앱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iCloud, Dropbox)
-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등)
- 암호화폐 및 NFT 지갑
② 각 계정의 접근 정보 백업
계정 ID만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비밀번호, 2차 인증 앱(OTP), 복구 이메일, 시드 구문(암호화폐 지갑의 12~24단어 코드)**이다. 그러나 이 민감한 정보는 유언장에 직접 기재하면 보안상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식을 권장한다:
- 비밀번호 관리 앱 사용 (예: 1 Password, Bit warden) + 마스터 비밀번호는 별도 보관
- OTP 백업 코드 인쇄 및 봉인
- 암호화폐 시드 구문은 종이에 적고 방화 금고 또는 가족이 아는 장소에 보관
이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정리보다 위치와 접근 방법을 유족이 알 수 있게 해두는 것이다.
③ 중요 계정의 보안 설정 현황 점검
사망 이후에도 계정이 해킹되거나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생전에 주요 계정의 보안 설정을 철저히 해두는 것이 좋다.
- 2단계 인증 설정 여부
- 복구 이메일/전화번호의 최신성
- 계정 관리자 지정 가능 여부 확인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이 세 가지를 사망 전 점검해 두는 것만으로도, 유족이 계정 접근에 실패하거나 해킹으로 인한 손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체크리스트 ④~⑤: 계정별 의사 표시, 수익 계정 처리 지침
④ 계정별 처리 의사 명시하기 (삭제/보존/이관)
가장 빈번한 유족 간 분쟁은 "이 계정을 삭제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 차이다. 생전 사용자가 명확히 남기지 않으면, 가족 간 의견 충돌이 생기고, 심지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 계정 또는 서비스마다 본인의 사망 후 처리 방식을 명시하자. 예시:
- “인스타그램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 후 1년 뒤 삭제”
- “유튜브 채널은 형제 OOO에게 이관 요청”
- “토스, 카카오페이 잔액은 정리 후 공동상속 재산에 포함”
이 내용을 별도 문서로 작성해 두고, 가족이나 상속인에게 전달하거나, 디지털 유언장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수익 발생 계정은 반드시 세금·계약까지 정리
블로그, 유튜브, 애드센스, 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계정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경제적 권리를 포함하므로 반드시 세무 처리 및 법적 계약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 세금 납부 명세 확인 (종합소득세, 부가세 포함)
- 수익 지급 계좌, 계약자 명의 일치 여부
- 제휴사나 광고 계약 체결 여부
이 정보를 생전에 정리하지 않으면, 유족은 해당 수익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국세청으로부터 미납 세금 추징을 받을 위험도 있다.
체크리스트 ⑥~⑦: 생전 설정 기능과 유언장 병행 정리
⑥ 플랫폼의 생전 설정 기능 적극 활용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은 사망 시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사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을 생전에 설정해 두면 유족이 훨씬 간단하게 계정을 처리할 수 있다.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 지정한 사람에게 메일, 드라이브, 유튜브 등을 공개 또는 삭제 설정 가능 - 페이스북: 계정 관리자(추모 계정 기능 포함)
→ 계정에 글쓰기, 프로필 변경 권한을 지정 -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 애플 ID, 사진, 메모, 메일 등 열람 가능
이러한 기능은 단순히 보조 수단이 아니라, 법적 유효성을 가진 사용자의 사전 의사 표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반드시 활성화해 둘 필요가 있다.
⑦ 디지털 유언장 또는 정리 문서 병행 작성
마지막으로, 위 항목들을 모두 통합한 디지털 유언장 또는 정리 문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문서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 전체 디지털 자산 목록
- 자산별 접근 정보 및 보관 장소
- 계정별 처리 의사 (삭제/이관/보존)
- 수익 귀속 대상 및 계약 정보
- 플랫폼 설정 여부 및 계정 관리자 지정자
- 정리 담당자(디지털 유산 관리자) 지정
공식 유언장이 아니어도, 이 정보를 정리해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유족이 당황하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가능하다면 공증 유언장 또는 신탁 계약 형태로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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