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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10대와 20대를 위한 디지털 유산 교육의 필요성

죽음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세대

10대와 20대는 인생의 가장 왕성한 시기를 보내는 세대다. SNS에서의 소통, 사진과 영상으로 삶을 기록하는 일, 클라우드에 수많은 파일을 저장하는 일은 그들에겐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위다. 이 세대는 정보의 생성과 소비에 익숙하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가장 먼저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디지털 태생(Digital Native)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디지털 유산이라는 주제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다. “죽음은 아직 내 일이 아니다”, “나는 아직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 혹은 장기 미사용 계정의 방치 등으로 인해 자신이 남긴 디지털 자산이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는 실제로 많다. 젊은 나이라고 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 공간은 시간과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흔적을 저장한다. 그 때문에 디지털 유산은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자기 삶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10대와 20대를 위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10, 20대를 위한 디지털 유산 교육의 필요성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디지털 흔적들

10대와 20대가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매우 다양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자산 역시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수천 장의 사진을 게시하고, 트위터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 세대는 이미 수많은 온라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계정, NFT 거래 내용, 암호화폐 지갑,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 등 금전적 가치가 포함된 디지털 자산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산들은 단순히 로그인 정보만 있다고 해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사용하는 계정 수만 평균 50개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플랫폼마다 로그인 방식이 다르고, 2단계 인증이나 생체인식 보안이 적용되어 있는 경우, 사망 이후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계정 중 일부는 자동 결제 기능을 통해 돈이 지속해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구독 서비스, 멤버십,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은 사용자가 직접 해지하지 않으면 계속 결제가 이루어진다. 젊은 세대일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만약 디지털 유산을 전혀 정리하지 않고 사망하거나 장기 부재 상태에 들어갈 경우, 남겨진 사람들은 해당 자산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0대와 20대도 디지털 유산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이유다.

 

디지털 유산 교육이 만들어내는 정보 보호 습관

디지털 유산 교육은 단순히 사망 이후의 처리를 위한 준비가 아니다. 오히려 살아 있는 지금부터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정보 보안 교육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계정이 나에게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 “중요한 파일은 어디에 백업해야 하는지 아는 법”,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된 사진이나 글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등을 학습하는 과정은 정보 보호 습관 형성에 매우 효과적이다. 더불어,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며 자신의 계정 사용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은 스스로 디지털 정체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과거의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되돌아보며 자신이 남기고 싶은 디지털 흔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작성한 유튜브 콘텐츠나 블로그 글, 미공개 사진 등이 사후에 그대로 인터넷에 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 콘텐츠가 고인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은 정보 노출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이 상처받는 사례도 있다. 디지털 유산 교육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기도 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할 디지털 유산 교육

디지털 유산 교육은 특정 연령대에만 필요한 특별한 교육이 아니다. 특히 10대와 20대에게는 조기에 이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자기 정보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고, 디지털 윤리 의식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학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디지털 유산 정리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진로 수업이나 IT 교과에서 디지털 유산 정리 체크리스트 작성, 디지털 유언장 시뮬레이션 활동 등을 포함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을 점검하며, “이런 서비스는 가족 중 누가 알면 좋겠다”는 식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계정 공유의 기준과 정보를 나누는 연습이 중요하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온라인 활동을 존중하되, 긴급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동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폰 분실이나 장기 부재 시에도 가족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리권을 위임하는 절차도 함께 교육되어야 한다. 이런 실용적인 교육이 10대와 20대에게 제공될 때, 그들은 단지 기술을 사용하는 세대를 넘어서, 정보를 책임지고 관리할 줄 아는 성숙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디지털 유산 교육은 ‘삶을 마무리하는 기술’이 아닌, ‘삶을 설계하는 기술’

많은 사람은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을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진짜 디지털 유산 교육은 살아 있는 지금, 어떻게 내 삶을 잘 정리하고 유지하며, 나와 내 사람들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의 일부다. 특히 10대와 20대는 인생의 초입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디지털 자산 관리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계정을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떤 글을 남길 것인지, 어떤 정보를 삭제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자기 삶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다. 지금 디지털 유산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한 도구다. 이것이 바로 젊은 세대에게 디지털 유산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다. 단지 사후 정리만이 아닌, 살아가는 방식의 중심에 이 개념을 두는 것이 디지털 시대를 사는 세대에게 필요한 지식이 된다.